다섯 남자의 강화도 여행

나는 계획을 짜서 여행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바쁘게 여기저기 다니는 편은 더더욱 아니고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쉬었다가고, 다소 즉흥적인 선택을 선호한다. 이런 나를 항상 짜여진 각본대로 매년 데리고 다녀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우리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사실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 고등학생 시절엔 서로 접점이 크게 없었는데, 졸업 후 풋살을 같이하면서 많이 가까워졌고 때마침 모두의 관심사가 여행인지라 같이 놀러가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모두 이과를 나왔지만 엔지니어가 된 건 나 혼자고 공무원, 군무원, 작가, 요리사가 되었다. 지금 현역 복무하는 친구도 하나 있다. 이런 조합이 매년 같이 여행을 다닌다는게 참 신기하고 재밌는 것 같다.

이번 여름 목적지는 강화도로 정해졌다. 사실 지금와서 말하자면 목적지가 강화도인지 여행가기 이틀 전에 알았다. 이번 봄에 이미 강화도를 갔다왔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었던걸까? 내 생각엔 나 혼자 수도권에 살고있어 배려해준게 아닐까싶다.

석모도, 교동도를 왔다갔다하며 시장들과 보문사를 다녀왔고 각종 맛집을 찾아다녔다.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얼떨결에 사먹게 된 꽈배기가 정말 맛있었다. 실망감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온 뒤, 우리 팀 요리사는 뚝딱뚝딱 저녁을 손수 만들어주었다. 몇 없는 재료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 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GguaBaegi 정말 맛있었던 꽈배기

House 이틀 간 머물고간 숙소. 호스트 분이 직접 설계/건축하셨다고 한다

Summit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내려다보는 석모도

Cheers Umm…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유니크한 사진이라 남기고 싶었다. 우리에겐 정말 몇 없는 술 마시는 사진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다섯 명 모두 술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남자 다섯이 같이 여행가서 뭐해?라고 묻는 분들이 참 많은데, 우리 나름대로 알아서 잘 논다. 바로 밑을 보시면…

Group OMG!

이러고 논다… 글 쓰고 있는 지금도 이 사진만 보면 뭔가 어색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왜 항상 우리는 이럴 걸 알면서도 새로운 포즈와 구도를 시도하는 걸까? 그리고 왜 내가 이런 걸 항상 주도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 이런 컷은 없을 것 같다. 좀 더 분발해야 겠다.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다. 몇 일전 요리사 친구가 해외로 떠나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고, 서로서로 바빠지다보니 텀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위에 사진같이 매년 혹은 몇 년에 한 번이라도 기억에 남을 여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P.S. 요리사 친구가 꼭 무사무탈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

Published 28 Jul 2019